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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측은 왜 '하나의 숫자'로 답하면 안 될까 — 점추정에서 신뢰구간의 시대로

무엇을 모르는지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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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가장 난감한 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틀렸을 때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를 때입니다.

틀린 문제는 차라리 낫습니다. 어디를 다시 봐야 하는지가 분명하니까요. 정말 답답한 건 다 아는 것 같은데 답을 못 쓰는 때, 뭘 모르냐고 물으면 그것도 대답이 안 되는 때입니다.

저는 공부가 느는 시점이 따로 있다고 느낍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입니다. 그때부터 무엇을 찾아봐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가 정해집니다.

지금의 AI 대부분은 그 이전 단계에 있습니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 채, 답을 하나 내놓습니다.

저는 감염병(조류독감)과 환경(녹조·미세먼지) 예측 모델을 연구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현장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예측값 자체가 아니라, 그 값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였습니다.

예측 결과를 들고 현장에 가면, 숫자 자체보다 먼저 확인받는 것이 있습니다. 이 값을 무엇으로 뒷받침하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제가 내밀 수 있는 것은, 대개 과거 성능 지표뿐이었습니다.

이 글은 “신뢰할 수 있는 AI” 시리즈의 첫 글입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약속은 하나입니다. AI가 “모른다"고 말하게 하기. 오늘은 그 출발점으로, 점추정과 구간추정의 차이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몇 시에 도착해?“라는 질문의 두 가지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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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용어부터 쉽게 풀겠습니다.

친구가 묻습니다. “몇 시에 도착해?”

대답이 두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3시 정각”. 다른 하나는 “3시에서 3시 반 사이, 거의 확실히”.

첫 번째가 통계학에서 말하는 점추정(point estimate)입니다. 가장 그럴듯한 값 하나를 딱 찍어 주는 것이지요. 두 번째가 구간추정(interval estimate)입니다. 답을 범위로 주되, 그 범위를 얼마나 믿어도 되는지까지 함께 주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미 구간으로 말합니다. 길이 막힐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의 AI 대부분은 여전히 점으로만 답합니다. “내일 이 지점의 녹조 농도는 42입니다.” 끝. 이 값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하나의 숫자가 주는 착시 — 점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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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추정은 매력적입니다. 명료하니까요. 회의 자료에 “내일 농도 42"라고 적으면 깔끔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연속적인 값을 예측하는 문제에서, 예측값이 정확히 들어맞을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실제 값은 41.3일 수도, 48.9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 실제 값은 42 주변 어디쯤에 있는가?
  • 그 “주변"은 얼마나 넓은가?

같은 42라도 “40–44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와 “20–70 사이 어디일지 모르겠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의 42는 행동의 근거가 되지만, 뒤의 42는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점 하나만 보여 주면 이 둘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숫자가 명료해 보일수록, 확신의 착시는 커집니다.

“작년에 92% 맞혔습니다"로는 설득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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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 모델이 쓸 만하다고 주장할 때, 사실 우리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하나뿐입니다. 과거 성능 지표. 지난 몇 년 데이터로 검증해 보니 이만큼 맞혔다는 것.

그런데 마주 앉은 담당자가 정말 묻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지점, 이 숫자는 얼마나 믿어요?”

과거 성능은 전체를 평균한 진술입니다. 모델이 수천 번 예측했을 때 평균적으로 어땠는가. 반면 담당자 앞에 놓인 것은 오늘 여기 한 건입니다.

그리고 모델에게도 쉬운 날과 어려운 날이 있습니다. 관측이 촘촘한 지점이 있고 드문 지점이 있습니다. 익숙한 조건이 있고 처음 보는 조건이 있습니다. 평균 92%가, 오늘 이 예측이 92%라는 뜻은 아닙니다.

점추정은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합니다. 숫자 하나를 내놓고 “저희 모델은 평균적으로 잘 맞습니다"라고 덧붙일 뿐입니다. 담당자는 이 말을 믿고 움직여도 되는지 판단할 근거를 갖지 못합니다.

예측구간이 바로 그 근거입니다. 과거 전체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지금 이 입력에 대한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데이터가 부실하면 구간이 넓어지고, 조건이 익숙하면 좁아집니다. 모델이 “오늘은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럼 그 구간 자체는 믿을 수 있는가. 좋은 질문이고, 다음 글의 주제입니다.

통계학은 이 전환을 이미 한 번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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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통계학은 이 문제를 100년 전에 이미 통과했습니다.

20세기 초의 통계학은 “가장 좋은 값 하나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즉 점추정의 이론을 다듬는 데 집중했습니다. 흐름을 바꾼 사람은 폴란드 태생의 통계학자 예르지 네이만(Jerzy Neyman)입니다. 그는 1934년 논문에서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이라는 개념을 처음 내놓았고, 1937년 논문에서 그것을 하나의 이론으로 체계화했습니다.[1][2]

“답 하나"가 아니라 “답이 들어 있을 범위 + 그 절차를 믿을 수 있는 정도"를 함께 보고하는 틀이 이때 생겼습니다.

이후 신뢰구간은 과학의 표준 언어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논문도, 신약 임상시험 결과도 값 하나만 보고하지 않고 구간을 함께 보고합니다. 가장 익숙한 예는 여론조사입니다. “후보 지지율 45%“라는 숫자 옆에는 반드시 “오차범위 ±3%포인트, 95% 신뢰수준” 같은 문구가 붙습니다. 이 문구가 빠진 여론조사 보도는 반쪽짜리 정보라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이미 합의한 셈입니다.

하나의 숫자에서, 숫자와 그 숫자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함께 말하는 방식으로. 통계학이 지나온 이 전환을 잠시 붙들어 두십시오. 지금 AI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I도 같은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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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AI, 특히 딥러닝 모델의 기본 출력은 점추정입니다. 내일의 농도, 다음 주의 발생 위험, 이 영상의 판독 결과 — 대부분 값 하나 또는 라벨 하나로 나옵니다.

그래서 최근 연구 흐름 중 하나가 불확실성 정량화(uncertainty quantification)입니다. 모델이 답과 함께 “이 답을 이 정도로 확신한다/못 한다"를 산출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 주제를 정리한 종합 리뷰 논문들이 나와 있고, 그중 두 편은 각각 2천 회, 1천 회 이상 인용됐습니다(2026년 7월 기준).[3][4] 활발히 다뤄지는 분야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제 표현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통계학이 점추정에서 신뢰구간으로 넘어갔듯이, AI도 점추정의 시대에서 신뢰구간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내일 녹조 농도는 42"가 아니라, “42 ± 얼마, 이 정도 신뢰수준으로"가 예측의 본질이 되어 가는 전환입니다.

이 전환은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 적용 영역이 바뀌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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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고 보는가. 이유는 AI가 적용되는 영역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AI가 주로 쓰인 곳은 추천, 광고, 검색 같은 편의 영역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예측이 틀려도 대가가 작습니다. 영화 추천이 취향에 안 맞으면 그냥 안 보면 됩니다. 굳이 “이 추천을 87% 확신합니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지요.

그런데 지금 AI는 의료, 감염병, 환경, 인프라처럼 틀렸을 때의 대가가 큰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정수장 운영, 방역 자원 배치, 진단 보조 — 이런 결정에 쓰이는 예측이라면 “얼마나 확신하는가"는 부가 정보가 아니라 산출물의 필수 요소가 됩니다. 틀렸을 때의 비용이 커질수록, 불확실성 정보 없는 예측은 쓸 수 없는 예측이 됩니다.

규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유럽연합의 AI 법(Regulation (EU) 2024/1689)은 부속서 III에서 물·가스·난방·전기의 공급을 관리·운영하는 안전 부품으로 쓰이는 AI를 ‘고위험(high-risk)‘으로 분류합니다.[5] 편의 영역의 AI와 안전이 걸린 영역의 AI를, 법이 다르게 취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중요한 곳에 쓰는 AI일수록, 그 판단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설명하라.

“그래서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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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을 만들어 무언가를 예측한다고 하면, 현장에서 거의 반드시 돌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저도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그 예측으로 뭘 할 수 있는데요?”

예측 자체는 행동이 아닙니다. 예측을 받아 무엇을 바꿀 것인가 — 흔히 개입(intervention)이라고 부르는 그 결정이 이어져야 비로소 값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가르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의 폭입니다.

  • 구간이 좁으면: 예측을 근거로 바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구간이 넓으면: 추가 관측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보수적 대응을 택하게 됩니다.

같은 예측값 42라도, 구간이 40–44냐 20–70이냐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이 달라집니다. 앞의 경우엔 계획대로 가고, 뒤의 경우엔 한 번 더 재 보거나 여유를 둡니다.

그러니 구간은 모델의 겸손 표시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 지침입니다. 점추정만 주는 모델은 이 판단을 전부 사용자의 감에 떠넘기는 셈입니다. 예측은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는, 반쪽짜리 산출물이 됩니다.

같은 예측값 42, 다른 결정 — 점추정은 판단 근거를 주지 않고, 구간의 폭이 다음 행동을 가른다

그림 1. 같은 42라도 구간의 폭에 따라 다음 행동이 갈립니다. 점추정만으로는 이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크면 나쁜 모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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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런 반문이 나올 법합니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건 결국 그 모델이 별로라는 뜻 아니냐고.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다시 공부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학생과,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시험만 보면 틀리는 학생. 둘 중 누가 더 나은 학생입니까.

불확실성을 크게 내놓는 모델은 나쁜 모델이 아니라, 자기 한계를 아는 모델입니다. 정말 위험한 모델은 틀리면서 확신하는 모델입니다. 앞의 모델은 우리가 대비할 수 있게 해 주고, 뒤의 모델은 우리를 무방비로 만듭니다.

물론 구간이 지나치게 넓으면 그 예측의 실용성은 떨어집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때조차 우리는 “이 예측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모르면서 아는 줄 아는 것과는 처지가 다릅니다.

마무리 — 이 시리즈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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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요약하겠습니다. 좋은 AI는 답을 잘 맞히는 AI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맞힐 수 있는지까지 말해 주는 AI입니다.

공부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부터 배움이 시작됩니다. AI도 지금 그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통계학이 점추정에서 신뢰구간으로 넘어가는 데 한 세대가 걸렸습니다. AI는 지금 그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고, 안전이 걸린 영역으로 적용이 확대될수록 이 전환은 빨라질 것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AI가 ‘모른다’고 말하게 하는 법"을 하나씩 풀어 가려 합니다.

다음 글은 보정(calibration) 이야기입니다. 모델이 “90% 확신한다"고 말할 때, 그 90%는 진짜 90%일까요? 이 질문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현장에서는 어떤가요 — AI의 예측값을 받았을 때, “얼마나 믿어야 하나"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들려주시면 다음 글에 반영하겠습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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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eyman, J. (1934). On the Two Different Aspects of the Representative Method: The Method of Stratified Sampling and the Method of Purposive Selection. Journal of the Royal Statistical Society, 97(4), 558–625. doi:10.2307/2342192 — 신뢰구간 개념이 처음 제시된 논문.

[2] Neyman, J. (1937). Outline of a Theory of Statistical Estimation Based on the Classical Theory of Probability.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A, 236(767), 333–380. doi:10.1098/rsta.1937.0005 — 신뢰구간을 이론으로 체계화한 논문.

[3] Abdar, M. et al. (2021). A review of uncertainty quantification in deep learning: Techniques, applications and challenges. Information Fusion, 76, 243–297. doi:10.1016/j.inffus.2021.05.008

[4] Gawlikowski, J. et al. (2023). A survey of uncertainty in deep neural networks. Artificial Intelligence Review, 56, 1513–1589. doi:10.1007/s10462-023-10562-9

[5] Regulation (EU) 2024/1689 (EU AI Act), Article 6 및 Annex III. 부속서 III 제2항: 핵심 인프라 — 물·가스·난방·전기 공급의 관리·운영에 쓰이는 안전 부품. https://eur-lex.europa.eu/eli/reg/2024/1689/oj/eng


이해관계 및 책임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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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포함합니다. 방역·환경 정책 의사결정의 단독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해관계 및 책임 고지

이동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이자 한국인공지능㈜(AI Korea)의 대표입니다. 이 글의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 기관이나 연구과제 발주처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교육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자문이나 정책 권고가 아니며, 실제 의사결정의 단독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사실에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원문을 고치고, 고친 사실을 함께 밝히겠습니다.